[칼럼]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참사? 그 입 다물라(오마이뉴스 똑경제, 최저임금 인상의 임금, 고용, 소득효과, 김유선2019.7.10)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이 오늘 내일 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 원, 다시 말해 1650원(19.8%)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재계는 거꾸로 8천 원, 즉 350원(4.2%)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최저임금이 노사 양쪽 요구 중 어느 하나를 고스란히 반영할 가능성은 1도 없다.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은 2년 전 대통령 선거 때 집권 여당인 민주당 공약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을 못 지키게 되었다며 두어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고, 홍남기 부총리가 기회 있을 때마다 낮은 최저임금을 강조하고, 임기 3년의 공익위원을 1년 만에 전원 교체한 것으로 볼 때 2020년 1만 원 공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2021년 1만 원이면 매년 9.9%씩 올려야 하고, 자유한국당 공약인 2022년 1만 원이면 매년 6.6%씩 올려야 한다.
그렇다고 재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삭감이나 동결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없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적은 없다. 글로벌 위기 직후인 2010년 2.8%가 가장 낮았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9%, 1999년 3.4%가 다음으로 낮았다. 이 때를 빼면 모두 5%가 넘었다.
2001년 15.1%, 2002년 11.1%로 두 해 연속 10%가 넘었을 때도 2003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9.0%였다. 올 들어 전체 노동자 임금인상률 평균은 4%가 넘는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임금인상률 평균보다 낮으면, '임금격차 축소, 저임금계층 축소'라는 최저임금의 순기능은 사라질 것이다.
모함에 시달린 최저임금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은 '기승전 최저임금'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온갖 모함에 시달렸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료가 축적되었으니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고용, 소득에 끼친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① 임금효과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임금불평등 축소, 저임금계층 축소와 중간임금계층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은 10%가 넘었다. 그러나 이들의 임금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에 임금인상액은 전체 노동자 평균에 못 미쳤다. 그래도 임금불평등은 축소되고, 저임금 계층은 줄고 중간임금 계층은 늘었다. 통계청 자료로 분석하나 노동부 자료로 분석하나, 시간당 임금으로 계산하나 월임금으로 계산하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② 고용효과
지난 해 국내 언론은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참사'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다 보니 취업자가 줄어든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해 취업자는 10만명 늘었고, 올 5월엔 26만명 늘었다. 지난해 고용률(15~64세)은 66.6%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고용참사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때문에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취업자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맞다. 하지만 인구감소, 제조업 구조조정, 내수침체, 골목상권 붕괴 등에 따른 장기추세를 반영하는 것일 뿐, 최저임금과 관계없다. 2013년 11월을 정점으로 취업자 증가세는 꾸준히 둔화되어 왔다.
최저임금 때문에 자영업자가 감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해 종사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9만명 감소했고, 종사원이 있는 고용주는 4만명 증가했다. 종사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아무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거나 가족끼리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과 관계없다. 자영업자 감소는 2002년 말부터 15년 넘게 지속된 현상으로, 2012년에 잠깐 증가했을 뿐이다.
다른 조건을 통제한 상태에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끼친 영향은 어떠할까? 이를 분석한 연구결과는 지금까지 모두 10편 발표되었다. 7편은 '최저임금의 부정적 고용효과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3편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OECD는 20년 전 선행 연구들을 종합하면서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③ 소득효과
최저임금 인상이 가계소득에 끼친 영향은 분석하기가 쉽지 않다. 가계동향조사에서 가구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이전소득으로 구성되고, 가구당 취업자 수에 민감할 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아예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근로자가구 중 하위 30%의 근로소득이 2016년과 2017년 계속 감소하다가 2018년 증가로 돌아선 점은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하위 30%의 근로소득 감소가 멈춘 것이다. 그래 봤자 하위 10%의 근로소득은 2019년 1사분기 112만 원으로 2016년 1사분기 119만 원에 못 미치지만 말이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2015년 62.6%를 정점으로 2017년 62.0%로 하락하다가 2018년 63.8%로 1.8%p 증가했다. 가계소득비중은 2015년 55.8%를 정점으로 2017년 53.5%로 하락하다가 2018년 54.5%로 1.0%p 증가했다.
민간소비지출도 2012년 51.3%에서 2017년 47.5%까지 계속 감소하다가 2018년 48.0%로 0.5%p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가 폭등한다던 일각의 주장과 달리 물가상승률은 1.5%로 오히려 낮아졌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주장의 허점
재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는 업종별 차등적용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올해는 규모별 차등적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서 노동시간과 해고 조항조차 적용받지 못 하고 있는데, 최저임금마저 차등적용하자니.
최저임금 동결이나 차등적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이 없는 근거로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을 들먹인다.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전체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은 15.5%고, 5인 미만 사업장은 36.3%, 숙박음식업은 43.1%, 일용직은 40.5%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지난 3개월간 월임금을 평소근로시간으로 나눈 시간당 임금을 사용한 것이어서,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시급제 사업장은 월급제 사업장보다 경영환경이 열악하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시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달자 비율을 계산하면 46.2%고, 5인 미만 사업장은 61.8%, 숙박음식업은 65.6%, 일용직은 60.4%라는 믿기 힘든 결과가 나온다.
이 때문에 통계청은 같은 조사에서 시급제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본인의 시간당 임금이 얼마인지 따로 묻고 있다. 시급제 노동자 173만명 가운데 최저임금 미달자는 3.4%고, 5인 미만 사업장은 5.0%, 숙박음식업은 3.1%, 일용직은 2.4%다.
이처럼 커다란 차이는 어디서 빚어지는 것일까? 해답은 시급제 노동자의 절반이 최저임금을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월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시간당 임금을 구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최저임금 미달자로 잘못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자료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본인의 주장을 강변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552126&CMPT_CD=TAG_P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