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페이퍼 2025-17]
협동조합의 민주적 통제와 대리인 문제:
아이쿱생협 사례를 중심으로
작성자: 이정봉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협동조합은 1인 1표의 의사결정 제도와 조합원에 의한 조직 통제라는 지향을 갖는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와 달리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협동조합 경영진이 조합원의 의사와 무관하거나 조합원의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모습은 조합원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주식회사의 대표적 지배구조 문제로 지적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와 같다.
협동조합은 주식회사보다 대리인 문제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협동조합에서 경영자의 독단으로 인한 사업 실패, 이사회의 배임적 행위와 같은 현상들이 계속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통제하는 조직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로 인해 협동조합 영역에서도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협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강화하기 위한 문제 제기는 부족하다.
본 연구는 협동조합이 조합원 통제 제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우리나라 거대 소비자협동조합 중 하나인 아이쿱생협을 사례로 분석했다. 아이쿱생협연합회 이사회와 경영진의 관계는 아이쿱생협 대내외에서 논란이 됐던 3개의 상황을 분석했다. 먼저 아이쿱생협연합회가 관련 조직들 간의 지배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던 부분에 대해 아이쿱생협그룹은 기업집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다음으로 아이쿱생협연합회의 CEO에서 사임한 A씨가 장기간 결재를 한 모습이 확인되었고, 전형적인 비공식적 의사결정으로서 권한 없는 자의 경영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쿱생협 지역조합의 출자금 미반환 과정에서 연합회 이사의 발언이 경영진의 계획에 종속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쿱생협그룹과 같이 거대한 협동조합은 조합원 통제 제도, 즉 이사회가 조합원을 대표하여 경영진을 통제할 수 있는 의사결정기구와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대리인 문제에 노출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협동조합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시적 경영 위기에서 그치지 않고 주식회사 등으로 조직 형태를 변경하는 탈조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 이사회의 경영진 통제는 협동조합의 정체성 차원에서 인식될 필요가 있고 조합원에 의한 조직 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이 조직의 상황에 맞게 마련되어야 한다.